튀르키예인은 그리스인 후손일까? 유전자와 정체성의 불일치
튀르키예인의 대부분이 그리스인 후손이라는 주장은 유전자 차원에서 근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그리스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 중국 지식 플랫폼 즈후(知乎)에서 “튀르키예인은 사실 대부분 그리스인 후손인가? 왜 지금의 튀르키예인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올라와 논쟁이 됐다. 이 질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언어·종교·혈통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우리의 습관이 역사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나톨리아의 주인은 그리스인과 아르메니아인이었다
오늘날 튀르키예의 핵심 영토인 아나톨리아(소아시아)에는 2~3천 년 전 그리스인과 아르메니아인 등 원주민이 주로 살았다. 비잔티움 제국이 1천 년 넘게 이 지역을 통치하는 동안 그리스어가 통용되고 동방정교가 신앙이었다. 변화는 11세기 이후 투르크인이 중앙아시아에서 물결처럼 이주해 오면서 시작됐다. 투르크인은 군사·정치적 우위로 지배층이 됐지만 원주민을 몰살하지는 않았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이 역사의 일상이었다.
개종과 언어 전환, 그러나 유전자는 그대로
원주민 그리스인들은 왜 순순히 따랐을까. 이유는 현실적이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인두세를 면제받고 차별을 덜 받았으며 관직에도 오를 수 있었다. 대규모 개종이 일어났고 언어도 바뀌었다. 지배층은 투르크어를 썼고, 민중은 생존을 위해 투르크어를 익혔다. 수백 년이 지나면서 이 땅의 사람들은 그리스어를 쓰는 기독교인에서 투르크어를 쓰는 무슬림으로 변했다. 그러나 DNA는 변하지 않았다. 현대 유전자 연구도 튀르키예인의 조상 상당 부분이 당시 그리스 원주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투르크인은 원래 무슬림이 아니었다
흔한 오해가 하나 더 있다. 투르크인이 예로부터 이슬람을 믿었다는 생각이다. 사실이 아니다. 당나라와 충돌했던 투르크인은 샤머니즘을 믿었고 불교와 마니교 신자도 적지 않았다. 투르크인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무슬림 상인과 교류하며 이슬람 교리를 알게 됐고, 아랍 제국이 투르크인을 군인으로 징집하면서 개종자가 늘었다. 셀주크와 오스만이 서아시아를 장악한 뒤 국가 권력으로 이슬람을 확산시키면서 이 지역은 무슬림 다수 지역이 됐다.
정체성은 왜 투르크를 향하는가
혈통상 그리스 원주민에 더 가까운데도 지금의 튀르키예인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민족 정체성의 구축 과정에 있다. 오스만 제국이 해체된 뒤 1920년대에 세워진 튀르키예 공화국은 국민을 결속할 새로운 민족 서사가 필요했다. 투르크 기원설이 그 재료를 제공했다. 공통의 언어, 공통의 조상, 공통의 역사적 영광이 그것이다. 공식 역사 교육은 투르크 정체성을 강조했고 유전적 연속성은 외면했다. 이는 튀르키예만의 현상이 아니다. 많은 현대 민족국가가 비슷한 ‘상상된 공동체’ 구축을 겪었다.
유전자와 정체성은 별개다
“튀르키예인 대부분이 그리스인 후손“이라는 말은 유전자 차원에서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러므로 그리스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혈통과 정체성을 혼동한 것이다. 민족 정체성은 역사·정치·문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이지 유전자 검사 보고서가 아니다. 여행자나 튀르키예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현지인의 정체성 자부심을 더 평온하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순수 투르크인’도 ’그리스 유민’도 아니며, 아나톨리아 땅에서 겹겹이 쌓이고 끊임없이 융합된 복합적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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